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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장터] 김경식님의 <두꺼비집> 입니다.

작성자 : 관리자 (60.253.15.***)

조회 : 697 / 등록일 : 20-07-23 14:33

2020 경북장애인종합예술제 시 부문 가작수상


두꺼비집


자식들은 가방을 매고 학교로 가면
아버지는 흙묻은 신발에 작업복을 입고
아파트 신축공사장으로 가셨다
무거운 벽돌과 모래를 등에 지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구름 계단을
투덜대는 무릎으로 오르내렸다

고단한 얼굴로 집에 오신 아버지는
해종일 땀에 절은 런닝샤쓰를 벗으며
수돗가에 엎드려 등목을 하셨다
당신의 어깨 위로 검붉은 띠가 지워지지 않고
언제나 선명하게 그어져있던 모습이 징그러웠다

밤이면 다섯 식구 이불 속에서 발가락이 만나
서로의 하루 일과를 묻다가
전기도 집이 있고 땅콩도 집이 있는데
머리 굵은 자식들이 한방에서 자는 걸
아버지는 촉촉한 목소리로 미안해하셨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허기와 목마름을 참으며
공사장을 누비다 겨울이 오면 일손을 놀려야 했으므로
손에 쥔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월세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던 아버지

아버지의 두 손은 자식들 모르게 두꺼비를 닮아 갔고
걸음걸이 또한 두꺼비처럼 느려졌다
아버지는 꿈에도 소원이셨던 두꺼비 집에서
금잔디 이불을 덮고 긴긴 겨울잠을 주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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